"중급자라면 용평이 천국"이라는 말, 정말 맞을까요? 저는 용평 리조트를 수십 번 방문하면서 한 가지 확신을 얻었습니다. 중급자 코스가 많다는 건 축복이지만,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다는 사실을요. 특히 레인보우파라다이스처럼 길고 좁은 슬로프에서는 순간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여는 스키장답게 용평은 다양한 파라다이스 코스를 자랑하지만, 자신의 레벨에 맞는 슬로프 선택과 안전 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용평 중급자 파라다이스 코스, 제대로 즐기는 법
용평 리조트가 중급자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레드파라다이스, 골드파라다이스, 실버파라다이스, 레인보우파라다이스까지 다양한 중급 슬로프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죠. 저는 처음 용평을 찾았을 때 이 모든 코스를 하루에 섭렵하려다 체력 방전을 경험했습니다.
효율적인 동선은 이렇습니다. 먼저 핑크리프트로 올라가 핑크 슬로프에서 워밍업을 충분히 한 뒤, 레드리프트로 이동해 레드파라다이스를 탑니다. 레드파라다이스는 산등성이를 따라 내려오는 코스로, 경사도(슬로프의 기울기를 나타내는 지표)가 적당해 턴 연습에 최적입니다. 여기서 경사도란 슬로프가 얼마나 가파른지를 각도나 퍼센트로 표현한 수치를 말합니다.
이어서 레드 골드 브리지를 통해 골드 지역으로 넘어가면 골드파라다이스가 기다립니다. 골드파라다이스는 레인보우파라다이스와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사람이 훨씬 적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더 선호합니다. 특히 폭설이 내리는 날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는 기분은 정말 환상적이죠.
곤돌라를 타고 발왕산 정상에 오르면 레인보우파라다이스가 시작됩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긴 코스답게 5.6km의 긴 활강(한 번에 내려오는 스키 주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활강이란 슬로프 정상에서 하단까지 멈추지 않고 쭉 내려오는 스키 주행 방식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실버리프트를 타고 실버파라다이스를 거쳐 메가그린으로 마무리하면 용평의 주요 중급자 코스를 모두 경험할 수 있습니다.
스키장에서 가장 무서운 건 속도가 아니라 무지입니다
제가 용평에서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레인보우파라다이스 중간 지점이었습니다. 갑자기 제 앞으로 초보 스노보더가 사이드슬립(보드를 옆으로 세워 미끄러지듯 내려가는 기술)하며 들어왔고, 저는 급제동하다 넘어질 뻔했죠. 여기서 사이드슬립이란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이 보드의 엣지를 이용해 옆으로 눕힌 채 천천히 내려오는 기본 기술을 말합니다.
스키장 사고의 대부분은 속도 과다가 아닌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 때문에 발생합니다. 스키어(스키를 타는 사람)는 앞만 보고 직진하는 경향이 있고, 보더(스노보드를 타는 사람)는 좌우로 턴하며 측면 시야에 의존합니다. 이 두 그룹의 진행 방향과 시야 각도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충돌 위험이 높습니다(출처: 대한스키지도자연맹).
특히 레인보우파라다이스처럼 길고 좁은 슬로프에서는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코스는 5.6km 길이에 평균 폭이 40m 정도로, 많은 사람이 동시에 탈 경우 혼잡도가 높아집니다. 저는 이 구간에서 항상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살피며 탑니다.
일행과 함께 탈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레벨이 다르면 같은 슬로프를 타더라도 속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끼리 그룹을 나눠 타는 게 좋습니다. 특히 초보자가 섞여 있다면 일행 전체가 보호 대형을 짜서 앞뒤좌우를 챙겨야 합니다. 고수들끼리 탈 때보다 초보와 중급자가 섞일 때 사고가 훨씬 많이 발생합니다.
안전 불감증이 부르는 최악의 시나리오
용평 스키장 곳곳에는 그물망 울타리가 쳐져 있습니다. 이 펜스(슬로프 경계를 표시하는 안전 울타리)는 위험 구역을 표시하는 명확한 신호입니다. 여기서 펜스란 스키장에서 출입을 제한하는 구역이나 위험한 지형을 막아놓은 안전 장치를 말합니다. 그런데 자연설을 느끼고 싶다며 이 울타리를 뚫고 들어가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이건 정말 위험한 행동입니다. 펜스 밖은 정비되지 않은 자연 지형이라 돌, 나뭇가지, 웅덩이, 급경사 등 예측 불가능한 위험 요소가 산재해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스키장 사고의 약 15%가 슬로프 이탈로 발생합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본인만 다치는 게 아니라 구조 작업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줍니다.
또 다른 위험한 행동은 직활강입니다. 직활강(턴 없이 직선으로 빠르게 내려가는 주행 방식)은 턴을 하지 않고 슬로프를 일직선으로 내려가는 방식인데, 과속을 즐기는 일부 스키어들이 자주 시도합니다. 저는 메가그린에서 직활강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다행히 사고는 없었지만 정말 아찔했습니다.
스키와 보드는 자동차 사고와 비슷합니다. 차는 외관이 충격을 흡수하지만, 스키 사고는 내 몸이 직접 충격을 받습니다. 특히 아이들과 부딪히는 상황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익스트림 스포츠인 만큼 기초를 철저히 배우고, 안전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핵심 안전 수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신의 레벨에 맞는 슬로프만 선택한다
- 펜스로 막힌 구역은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 직활강이나 과속은 삼간다
- 초보자와 함께 탈 때는 보호 대형을 유지한다
- 스키어와 보더는 서로의 시야각과 진행 방향이 다름을 인정하고 조심한다
용평 리조트의 중급자 코스는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만큼 위험도 공존합니다. 저는 매번 슬로프에 오를 때마다 "오늘도 무사히"라는 마음가짐으로 첫 활강을 시작합니다. 스키와 보드는 혼자 타는 액티비티 스포츠입니다. 내 안전은 내가 지키고, 동시에 다른 사람의 안전도 존중해야 합니다. 울타리를 넘지 말고, 과속하지 말고, 내 실력을 과신하지 않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용평의 파라다이스 코스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