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스키장을 고를 때 어떤 기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2006년부터 16년까지 지산에서 스노우보드를 탔고, 이후 용평으로 베이스를 옮겨 시즌을 즐겼습니다. 겨울 3~4개월을 스키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시즌방까지 구해가며 탔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스키장들의 진짜 모습을 솔직하게 공유하려고 합니다.

서울 근교 스키장, 지산과 곤지암 중 어디로 갈까
서울과 가까운 경기권 스키장은 과거 5곳이었지만 현재는 지산리조트와 곤지암리조트 단 2곳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스타힐, 양지, 베어스타운이 폐업하면서 자연스럽게 두 곳으로 인파가 몰리게 되었죠.
지산리조트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하며 저에게는 특별한 곳입니다. 퇴근 후 가서 새벽까지 타기에 최적화된 곳이었거든요. 서울과의 접근성이 뛰어나 자차로 이동하면 셔틀버스가 들어오기 전 한가로운 저녁 슬로프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가 일주일에 5~7일을 이용하며 시즌방을 구해 겨울을 보낸 곳이기도 합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여기서 시즌방(Season Room)이란 스키장 근처에 장기 임대하는 숙소를 의미합니다. 저녁에 타고 출근하거나, 주말 내내 스키장에서 지낼 수 있어 매니아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죠.
곤지암리조트는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하며 지산보다 전반적으로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시설 관리가 훨씬 우수합니다. 제 경험상 설질 관리는 곤지암이 확실히 앞섭니다. LG 계열사에서 만든 리조트라 LG 임직원과 직계 가족은 리프트권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리프트권으로 하루 이용한다면 저는 곤지암을 선택하겠습니다. 설질 관리가 지산보다 우수하고, 화장실이나 푸드코트 같은 부대시설 컨디션도 더 좋습니다. 하지만 시즌권을 구매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곤지암 시즌권은 지산의 약 2배 가격이거든요. 가성비를 따진다면 지산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스키장 선택 시 체크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리프트권 1일권: 설질과 시설을 우선시한다면 곤지암
- 시즌권: 가성비를 따진다면 지산
- 접근성: 둘 다 서울에서 1시간 내외로 비슷함
- 슬로프 다양성: 지산이 초급부터 상급까지 더 다양함
강원도 스키장의 진짜 매력, 용평의 약속
강원도 스키장 중 가장 궁금해하시는 곳은 역시 용평리조트일 겁니다. 저는 2017년부터 용평으로 베이스를 옮겨 시즌을 즐겼는데, 인공설이지만 자연설이 가장 많은 스키장이라는 점이 최대 장점입니다.
용평리조트는 강원도 평창 대관령 IC 부근에 위치하며, 국내 탑3 안에 드는 규모를 자랑합니다. 여기서 자연설(Natural Snow)이란 인공 제설이 아닌 실제 눈이 내려 쌓인 눈을 의미합니다. 용평이 '약속의 땅'이라 불리는 이유는 국내 다른 모든 스키장이 문을 닫을 때쯤 꽃샘추위와 함께 눈이 세차게 내려주기 때문입니다.
용평의 슬로프 다양성은 정말 압도적입니다. 초중급자도 최정상에서 아래까지 내려오는 레인보우 파라다이스 코스를 이용할 수 있고, 올림픽 코스는 매표소 부근이 아닌 차로 이동해 직접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 시즌권 중 가장 가성비가 높은 곳이 바로 용평입니다. 가장 먼저 개장해서 가장 늦게까지 운영하거든요. 3월 달에 눈이 오면 계속 연장하는 곳이라 3월 말까지도 스키를 탈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스키장경영협회).
휘닉스파크는 용평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으며 보더들의 성지로 불립니다. 스노우파크가 굉장히 잘 만들어져 있고, 슬로프별 정설(Grooming) 시간이 다르다는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여기서 정설이란 압설차로 눈을 고르게 다지는 작업을 의미하는데, 보통 스키장은 정설 시간에 슬로프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휘닉스는 슬로프마다 정설 시간을 다르게 운영해 항상 탈 수 있는 슬로프가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알펜시아리조트는 용평에서 10분 거리에 있지만 관광객은 대부분 용평으로 갑니다. 슬로프 개수가 적은 편이지만, 그만큼 리프트 대기줄이 짧아 강습 목적으로는 오히려 좋습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과 홀리데이인이 있어 숙박 시설은 매우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하이원리조트는 제 생각에 국내에서 가장 큰 스키장입니다. 강원도 정선에 위치해 수도권에서는 가장 먼 곳이지만, 초급자 슬로프도 굉장히 길어서 초보자도 긴 활강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가는 길이 험난합니다. 여러 사람과 운전해서 가다 보면 일행 중 꼭 한 대씩 사고가 나더라고요. 설질은 좋고 타기에도 적절하지만 이동 시간이 너무 길어 자주 가기는 부담스러운 곳입니다.
오투리조트는 하이원에서 20~30분 거리에 있어 함께 소개합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리프트 대기 시간이 굉장히 짧습니다. 제가 주말에 방문했을 때도 거의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탑승할 수 있었고, 설질 관리도 정말 잘 되고 있습니다. 단점은 강원도 태백에 있어 멀고 바람이 많이 분다는 점입니다.
겨울 시즌을 스키장에서 살다시피 보낸 경험에서 말씀드리자면, 결국 자신의 거주지와 목적에 맞는 스키장을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서울에서 퇴근 후 가볍게 즐기려면 지산이나 곤지암, 주말에 제대로 된 설질과 긴 슬로프를 즐기고 싶다면 용평이나 하이원을 추천합니다. 저처럼 겨울 내내 스키장에서 약속을 잡고 살 계획이라면 시즌권 가성비가 좋은 용평을 선택하세요. 3월 말까지 눈이 내리는 약속의 땅에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경험은 정말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