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홀에 처음 가본 게 2023년이었습니다. 그때는 세부를 경유해서 오션젯 배를 타고 2시간을 더 가야 했는데, 솔직히 그 과정이 꽤 피곤했습니다. 그런데 2025년 들어 인천에서 보홀까지 직항이 생기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4시간 만에 보홀 땅을 밟을 수 있게 됐죠. 직항이 생긴 후 보홀의 숙박비와 물가가 확 올랐다는 게 체감될 정도로 이곳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직항 생긴 후 달라진 보홀, 어떻게 갈까요?
보홀은 원래 다이빙과 프리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유명했던 곳입니다. 발리카삭(Balicasag) 섬 주변 해역은 전 세계 다이버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 중 하나죠. 여기서 발리카삭이란 보홀 남서쪽에 위치한 작은 산호섬으로, 수중 가시거리가 30m 이상 확보되고 해양 생태계가 풍부해 '필리핀 최고의 다이빙 사이트'로 불립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프리다이빙에 입문하는 MZ세대가 급증하면서 보홀이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보홀 수중 영상이 쏟아지면서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고 싶어 하는 여행자들이 몰려든 거죠. 저도 그 영상들 보고 혹해서 갔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항공편은 네이버에서 스카이스캐너를 검색하면 가장 빠르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2025년 7월 기준 인천 출발 오전 9시 10분, 보홀 도착 오후 1시 20분 항공편이 1인 34만 원대에 나옵니다(출처: 스카이스캐너). 제주항공이나 진에어 같은 저가 항공사(LCC, Low Cost Carrier)를 이용하면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는데, 여기서 LCC란 기내식이나 수하물 서비스를 최소화해 운항 비용을 낮춘 항공사를 말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경유' 항공편입니다. 마닐라나 세부를 경유하는 항공편은 2~3만 원 저렴해 보여도 실제 이동 시간이 8시간 이상 걸립니다. 제 경험상 경유 편은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짐 찾고 다시 체크인하고 하는 과정이 정말 번거롭거든요.
숙소, 어디에 잡아야 후회 안 할까요?
보홀 숙소를 고를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게 '리조트급으로 갈까,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로 갈까'입니다. 저는 두 번 다녀오면서 두 가지 스타일을 모두 경험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여행 목적에 따라 숙소를 나눠 잡는 게 가장 합리적이었습니다.
알로나 데 트로피카나(Alona De Tropicana)는 1박 4
5만 원대 저가형 숙소입니다. 공항에서 1.7km 떨어져 있어 툭툭이로 5분이면 도착하죠. 침대는 폭신하고 객실도 깨끗한 편인데, 수영장이 작고 조식이 단조롭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숙소에서 잠만 자고 하루 종일 밖에서 돌아다니는 스타일이라면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알로나 비치까지 툭툭이로 5분, 50
100페소(약 1,200~2,400원)면 가니까 접근성도 좋습니다.
팡라오 시리(Panglao Siri)는 1박 10만 원대 중가형 리조트입니다. 여기는 위치가 독특한데, 나팔링(Napaling) 스노클링 포인트 바로 옆에 있어서 리조트 앞바다에서 바로 물고기 떼를 볼 수 있습니다. ROI(Return On Investment)로 따지면 가성비가 아주 좋은 곳이죠. 여기서 ROI란 투자 대비 얻는 만족도나 효용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돈값 제대로 하는가'를 따지는 지표입니다. 저는 마지막 1
2박을 팡라오 시리에서 보냈는데, 조용히 호캉스 즐기면서 석양 보고 맥주 마시기에 정말 좋았습니다. 다만 알로나 비치까지 툭툭이로 20분, 200
300페소(약 4,800~7,200원)가 나와서 번화가 접근성은 떨어집니다.
헤난 리조트(Henann Resort)는 1박 30~35만 원대 고가형입니다. 2014년에 지어진 헤난 프리미어 알로나(Henann Prime Alona)가 가장 최신 시설이죠. 이곳은 알로나 비치 바로 앞에 있어 위치가 압도적입니다. 조경도 밀림 속 리조트처럼 잘 꾸며져 있고, 5성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30만 원대 숙박비를 내고 하루 종일 리조트에만 있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홀은 밖에 나가서 즐길 게 너무 많거든요.
제 추천은 이렇습니다. 4박 일정이라면 알로나 데 트로피카나 3박 + 팡라오 시리 1박. 총 25만 원 정도면 충분합니다. 가족이나 연인과 여유롭게 가신다면 헤난도 나쁘지 않지만, 혼자 또는 친구와 가신다면 중저가 숙소가 훨씬 합리적입니다.
현지투어, 한국 여행사 vs 필리핀 여행사
보홀 투어를 예약할 때 가장 많이 비교하는 게 '한국 현지 여행사'와 '필리핀 현지 여행사'입니다. 한국 여행사는 고래상어 투어와 발리카삭 호핑을 포함한 데이투어를 1인 42만 원에 진행합니다. 한국인 가이드가 동행하고, 차량과 배 컨디션도 좋으며, 중간중간 세심하게 챙겨줍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카톡으로 바로 연락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죠.
반면 필리핀 현지 여행사 발레로(Balero Tours)는 같은 투어를 1인 2만 원에 진행합니다. 저는 발레로를 이용했는데, 솔직히 20배 차이는 체감이 확실했습니다. 발레로는 차량과 배만 제공하고, 입장료 결제만 도와줍니다. 가이드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거나 사진 찍어주는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죠. 하지만 영어 한마디 못 해도 구글 번역기와 파파고만 있으면 의사소통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발레로는 알로나 비치 메인 거리에 있어서 툭툭이 기사에게 "발레로"라고만 말해도 다 알아듣습니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코리안"이라고 하면 한글로 된 투어 안내 책자를 보여주는데, 원하는 투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날짜 말하면 예약 끝입니다. 하얀색 영수증을 꼭 챙겨야 하고, 투어 당일 그걸 들고 가면 됩니다.
참고로 보홀 투어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고래상어 투어(Whale Shark Watching)와 발리카삭 호핑입니다. 고래상어 투어는 오슬롭(Oslob) 해역에서 진행되는데, 야생 고래상어와 2~3m 거리에서 스노클링하는 경험은 정말 압도적입니다(출처: 필리핀 관광부). 단, 고래상어 먹이 주기 논란이 있어서 생태 윤리적으로 찬반이 있다는 점은 알아두세요.
보홀에는 초콜릿 힐(Chocolate Hills)이라는 유명한 관광지도 있습니다. 건기에 풀이 갈색으로 변해 언덕들이 초콜릿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여기서 초콜릿 힐이란 석회암 지형이 수천 년간 침식되어 형성된 원추형 언덕 1,200여 개를 말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도 올라 있는 지질학적 명소죠.
교통과 맛집, 현지에서 어떻게 움직일까요?
보홀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툭툭이(트라이시클)입니다. 공식 요금은 첫 1km에 20페소, 이후 1km당 10페소인데, 실제로는 그렇게 받는 기사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저도 2025년 1월에 다녀왔는데, 5분 거리는 100페소, 10분 거리는 200페소, 20분 거리는 300페소가 기본이었습니다. 직항 생긴 후로 관광객이 늘면서 툭툭이 요금도 확 올랐습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툭툭이를 타면 되는데, 공항 정문 밖에 대기하고 있는 기사들에게 숙소 이름을 말하고 가격 흥정하면 됩니다. 저는 달러로 결제했는데, 50페소를 1달러로 환산해서 주니까 기사님들이 흔쾌히 받더라고요. 짐 두 개와 성인 두 명이 타면 툭툭이가 딱 맞습니다.
맛집은 몬스터 크랩(Monster Crab), 우베코(Ubeco), 원더랜드(Wonderland) 세 곳을 추천합니다. 몬스터 크랩은 한국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으로, 카카오톡으로 예약하면 공항 픽업과 숙소 드랍을 무료로 해줍니다. 왕복 툭툭이 비용 400페소(약 9,600원)를 아낄 수 있는 거죠. 게 요리가 1인분 3만 원대인데,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습니다.
우베코는 코코망고 커리와 코코넛 슈림프가 일품입니다. 두 명이 맥주 포함해서 3만 1,000원 나왔는데, 부드럽고 담백한 카레 맛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원더랜드는 태국 음식을 파는데, 한국 사장님이 운영해서 입맛에 잘 맞습니다. 뭘 시켜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망고와 망고스틴은 꼭 드셔보세요. 시푸드 타운 앞 과일 가게에서 망고 1kg에 130페소(약 3,100원), 망고스틴 1kg에 200페소(약 4,800원)에 샀는데, 한국에서 먹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망고 아이스크림은 할로망고(Halo Mango) 체인점에서 파는데, 리치 사이즈가 250페소(약 6,000원)입니다. 생 망고가 듬뿍 들어가 있고 아이스크림도 부드러워서 매일 하나씩 먹었습니다.
보홀은 숙소에서 풀장 옆에서 맥주 한잔 하는 여유도 좋지만, 밖으로 나가서 현지 음식 먹고 바다 보는 게 진짜 매력입니다. 졸리비(Jollibee) 주변이 중심가인데, 여기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한국인보다 현지인이 더 많은 저렴한 식당들이 많습니다. 숙소 비용을 조금 아끼고 싶다면 중심가에서 5~10분 떨어진 곳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보홀 자유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뭘 하고 싶은가'를 명확히 하는 겁니다. 호핑과 다이빙이 목적이라면 저가 숙소에서 3박 하고 마지막 날 팡라오 시리 같은 곳에서 여유롭게 쉬는 게 좋습니다. 리조트에서 휴식이 목적이라면 헤난 같은 곳을 선택하는 게 맞고요. 저는 다음에 또 간다면 알로나 데 트로피카나 2박, 팡라오 시리 2박으로 잡을 생각입니다. 직항 생긴 후로 보홀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아직은 동남아 특유의 여유와 자연이 살아 있는 곳입니다. 제대로 준비해서 가면 1인 80만 원 안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