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에서 다이빙을 한다면 체험 다이빙과 펀다이빙 중 뭘 선택하시겠습니까? 제가 처음 보라카이 바다에 들어갔을 때는 자격증 없이 체험만 할 수 있었는데, 솔직히 그때의 아쉬움이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가이드가 제 등 위 공기통을 잡고 끌고 다니는 방식이었거든요. 하지만 그 경험 덕분에 어드벤스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됐고, 이제는 보라카이의 진짜 매력을 제대로 느끼러 다시 가고 싶어 졌습니다.

체험 다이빙의 현실, 생각보다 제한적입니다
체험 다이빙은 말 그대로 '맛보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자격증이 없으면 혼자서 바다를 자유롭게 구경할 수 없고, 현지 가이드가 다이버의 공기통을 잡고 이동하는 시스템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공기통(실린더)'이란 압축 공기가 들어있는 금속 용기로, 수중에서 호흡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입니다(출처: 한국수중레저협회).
제가 처음 다이빙을 했을 때 가이드가 강조한 건 세 가지였습니다.
- 힘을 완전히 빼고 몸을 일직선으로 유지할 것
- 발을 함부로 차지 말고 가이드의 움직임에 맡길 것
- 호흡을 최대한 천천히, 규칙적으로 유지할 것
함께 입수한 버디는 힘을 너무 뺀 나머지 서 있는 자세 그대로 몸이 경직되어 버렸고, 가이드가 엄청나게 힘들어했습니다. 보통 프로 다이버는 한 개의 공기통으로 1시간 이상 잠수하는데, 저희 버디 가이드는 체험 30분 만에 산소가 거의 바닥날 정도로 호흡이 가빴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체험 다이빙에서는 다이버 본인의 자세와 이완 상태가 가이드의 체력 소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펀다이빙(Fun Diving)은 자격증 소지자가 즐기는 레저 다이빙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교육 목적이 아니라 순수하게 수중 경관을 즐기기 위한 다이빙입니다. 보라카이에서는 보통 하루에 2~3회 입수하는 것이 기본이고, 다이버의 체력과 일정에 따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반면 체험 다이빙은 1회 입수가 전부이고, 시간도 30분 내외로 제한됩니다. 호핑(Hopping) 방식으로 여러 포인트를 이동하면서 다이빙을 하는데, 공기통을 메고 배를 타야 하기 때문에 자격증 없는 체험자는 시간과 깊이 모두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출처: 대한수중핀수영협회).
보라카이 다이빙 포인트, 앞바다가 진짜입니다
보라카이는 섬이 길쭉한 형태라서 현지에서는 앞바다와 뒷바다로 구분합니다. 바람과 날씨에 따라 입수 가능한 포인트가 달라지는데, 현지 한국인 샵 가이드들은 대부분 앞바다 쪽이 볼거리가 많고 산호와 물고기가 더 예쁘다고 추천합니다.
제가 갔을 당시에는 포인트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보라카이 = 화이트 비치'만 알고 갔던 터라, 다이빙도 그저 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야팍(Yapak)이나 크로커다일 아일랜드(Crocodile Island) 같은 유명 포인트를 제대로 알고 갔더라면 훨씬 알찬 경험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야팍은 보라카이에서 가장 유명한 포인트 중 하나로, 깊은 수심과 강한 조류 때문에 드리프트 다이빙(Drift Diving)에 적합합니다. 드리프트 다이빙이란 조류의 흐름을 타고 이동하며 수중 경관을 감상하는 방식으로, 체력 소모는 적지만 숙련된 부력 조절이 필요합니다. 이곳에서는 회유성 어류, 바라쿠다, 만타가오리, 심지어 상어까지 볼 수 있어 고급 다이버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반면 크로커다일 아일랜드는 섬 모양이 악어 머리를 닮아서 붙은 이름인데, 얕은 리프(Reef)와 완만한 경사면으로 이루어져 있어 초보자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리프란 산호초가 바위처럼 단단하게 굳어 형성된 지형을 말하며, 이곳에는 거북이와 형형색색의 열대어, 건강한 산호 군락이 가득합니다.
저는 당시 얕은 모래 바닥 위를 떠다니는 작은 열대어들만 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보라카이는 수심대별로 완전히 다른 생태계를 가진 곳이었습니다. 카미아 난파선(Camia Wreck) 같은 포인트는 인공적으로 가라앉힌 배를 중심으로 배트피쉬, 라이언피쉬 같은 독특한 어종이 서식하고, 로렐 아일랜드(Laurel Island)는 한적한 리프 다이빙을 즐기기 좋은 곳입니다. 프라이데이즈 록(Friday's Rock)은 화이트 비치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고, 체험 다이빙이나 첫 다이빙 장소로 자주 이용됩니다.
보라카이의 가장 큰 장점은 섬이 작아서 이동 시간이 짧다는 점입니다. 하루에 여러 포인트를 돌면서 다양한 수중 환경을 경험할 수 있고, 다이빙 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이트 비치에서 여유롭게 쉴 수 있습니다. 다만 필리핀까지 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습니다. 비행기 타고, 버스 타고, 다시 배를 타야 하는 동선이라 체력 소모가 꽤 큽니다. 저도 그 불편함 때문에 아직 재방문을 못 하고 있지만, 언젠가 어드벤스 자격증을 제대로 활용해서 펀다이빙을 실컷 하고 오고 싶습니다.
다이빙은 단순히 물속에 들어가는 것 이상의 경험입니다. 수중에서 만나는 생명체들, 그 순간의 고요함, 그리고 육지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무중력 상태의 자유로움은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습니다. 보라카이는 초보자부터 고급자까지 각자의 수준에 맞는 포인트가 잘 갖춰져 있어, 다이빙을 시작하기에도, 실력을 키우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아직 자격증이 없다면, 체험 다이빙으로 맛만 보지 말고 오픈워터 자격증부터 따고 가시길 권합니다. 그래야 보라카이 바다의 진짜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