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용평에서 한우 맛집을 찾을 때 이렇게 오래된 역사를 가진 곳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대박식당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로 122번지에 위치한 한우 전문점으로, 용평 스키장을 찾는 스키어들과 국가대표 선수들이 오랜 시간 함께해 온 곳입니다. 수요일 정기휴무이며 오전 11시부터 밤 9시 30분까지 영업합니다. 가격대는 일반 한우집보다 높은 편이지만, 제가 직접 가보니 그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았던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한국 겨울스포츠 역사가 살아있는 한우 전문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 집이 보통 식당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입구부터 벽면 가득 채워진 수많은 사진과 사인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래된 스키어들의 서명은 물론이고,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의 사인까지 보존되어 있는 모습에서 이곳이 단순한 식당을 넘어 한국 겨울 스포츠의 역사를 간직한 공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홀은 우측과 좌측으로 나뉘는데, 우측은 주방이 있는 일반 홀이고 좌측은 룸이 있는 공간입니다. 여기서 '룸'이란 단체 손님을 위한 독립된 공간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국가대표 선수단이나 관계자들이 회식을 하기에 충분한 규모였습니다(출처: 대한체육회). 예전만큼은 아니라고 하지만 여전히 주말이나 스키 시즌에는 예약 없이 방문하면 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이곳에서 일하시는 직원분들의 숙련도였습니다. 고기를 구워주시는 분이 중국 분이신데, 일한 지 1~2년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이곳에서 일하셔서 주인인가 싶을 정도로 능숙하게 고기를 구워주셨습니다. 마블링(Marbling)이 고르게 분포된 한우를 두꺼운 철판 위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뒤집어 주시는 모습에서 수년간의 경험이 느껴졌습니다. 마블링이란 고기 내부에 지방이 그물망처럼 분포된 정도를 나타내는 용어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육질이 부드럽고 풍미가 좋습니다.
차돌된장찌개와 깍두기볶음밥, 꼭 주문해야 하는 이유
대박식당의 메뉴는 한우 새우살, 한우모듬, 생등심, 한우 등심스테이크, 한우 등심불고기, 차돌박이, 삼겹살, 한우 육사미, 한우 육회 등 다양합니다. 한우 전문점답게 모든 고기가 수준급이었지만,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처음부터 고기를 너무 많이 시킨 것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반드시 주문해야 하는 메뉴가 있습니다. 바로 차돌박이 된장찌개입니다. 일반적으로 고깃집에서 된장찌개는 밥 말아먹는 정도로만 생각하는데, 제 경험상 이곳 된장찌개는 그 자체로 완성된 메인 메뉴라고 봐도 될 만큼 훌륭했습니다. 미리 주문하면 옆에서 끓여주시는데, 차돌박이에서 우러난 육수와 된장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냅니다. 이 찌개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울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모님이 직접 만들어주시는 깍두기볶음밥은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별다른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이 볶음밥이 왜 이렇게 맛있는지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핵심은 이모님이 가만히 두라고 하시는 그 타이밍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철판 바닥에 살짝 누룽지가 생기는데, 바로 이 식감이 이 볶음밥의 포인트였습니다. 누룽지(Nurungji)란 밥이나 곡물이 가열되면서 솥이나 철판 바닥에 눌어붙어 바삭하게 된 부분을 말하며, 한국 전통 식문화에서 별미로 여겨집니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제가 방문했을 때 주문한 메뉴와 경험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우 생등심과 한우모둠을 주문했는데, 두꺼운 철판 위에서 구워지는 고기의 마블링이 육안으로도 선명했습니다
- 차돌된장찌개는 미리 주문해서 옆에서 끓여달라고 요청했고, 고기를 먹는 중간중간 국물을 떠먹으며 입가심했습니다
- 깍두기볶음밥은 이모님이 철판에 올려놓고 "가만히 두세요"라고 하실 때까지 참았는데, 바닥에 살짝 눌은 부분이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바쁠 때는 직접 고기를 구워야 할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이모님께 부탁드려 구워주시는 걸 추천합니다. 고기의 두께와 마블링 상태를 보고 최적의 익힘 정도로 맞춰주시기 때문입니다. 인당 한 개씩 볶음밥을 먹고 싶었지만, 고기와 된장찌개, 볶음밥을 다 먹기에는 양이 상당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고기는 적당히 주문하고 된장찌개와 볶음밥을 꼭 남겨두라는 조언을 드립니다.
대박식당은 단순히 한우를 파는 식당이 아니라, 한국 겨울 스포츠의 역사와 함께해 온 특별한 공간입니다. 가격대가 있어서 자주 방문하기는 어렵지만, 부모님과 함께 특별한 날 찾아가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용평 스키장을 방문한다면, 스키만 타고 내려오지 말고 이곳에서 한국 겨울 스포츠의 역사가 담긴 한우 한 점과 차돌된장찌개, 깍두기볶음밥으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예약은 필수이며, 된장찌개와 볶음밥을 꼭 주문하시되 고기는 적당히 시키는 게 완벽한 한 끼를 즐기는 비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