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 이 집을 찾았을 때 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스키장 근처 식당이라는 게 대부분 관광지 가격에 평범한 맛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부터 뭔가 달랐습니다. 벽면 가득 붙은 연예인 사인과 오래된 단골들의 흔적, 그리고 주방에서 퍼지는 된장찌개 냄새가 '아, 여긴 좀 다르구나' 싶게 만들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위치한 이 집은 스키어와 보더들 사이에서 20년 넘게 입소문으로만 이어져 온 곳입니다.

오삼불고기와 황태구이, 강원도 식재료의 진가
이 집 메뉴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오삼불고기입니다. 오삼불고기란 오징어와 삼겹살을 매콤하게 볶은 요리로, 강원도 지역에서 특히 사랑받는 메뉴입니다. 여기서 오징어는 그냥 아무 오징어가 아닙니다. 주인장이 직접 숙성 과정을 거친 오징어를 사용한다는데, 이게 정말 차이를 만듭니다.
제가 여러 곳에서 오삼불고기를 먹어봤지만, 여기만큼 오징어가 두툼하면서도 질기지 않은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오징어는 신선할수록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적절한 숙성이 식감을 부드럽게 만들고 감칠맛을 높입니다. 이 집은 그 타이밍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황태구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강원도는 황태의 본고장이죠. 황태란 명태를 겨울철 대관령의 차갑고 건조한 바람에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며 말린 건어물입니다. 이 과정에서 명태의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독특한 풍미가 생깁니다(출처: 강원도청). 하루 종일 차가운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고 온 몸이 얼어붙은 상태에서 먹는 구수한 황태구이는 정말 별미입니다.
된장찌개는 제가 먹어본 것 중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훌륭했습니다. 국물이 진하고 구수한데, 집에서 담근 된장을 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다음에 가면 꼭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깜빡했습니다. 강원도 지역 식당들은 자가 제조 장류(된장, 고추장 등)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전통 발효 방식입니다.
알배추와 입지 조건, 오래된 단골들의 성지
강원도 식당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알배추입니다. 알배추는 속이 꽉 찬 어린 배추로, 일반 배추보다 아삭하고 단맛이 강합니다. 강원도의 일교차 큰 기후가 알배추 재배에 최적이라서, 이 지역 어느 식당을 가도 신선한 알배추를 맛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강원도만큼 알배추가 맛있는 곳이 없습니다. 서울에서 먹는 것과는 아예 다른 수준이죠.
이 집은 2층에 위치해 있어서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계단이 좀 가파른 편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나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은 조금 주의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이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건, 그만큼 음식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위치는 정말 환상적입니다. 용평 리조트나 알펜시아 같은 주요 스키장에서 차로 10~15분 거리라서, 스키나 보드를 타고 난 뒤 저녁 식사로 들르기 딱 좋습니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인데, 배달은 안 되고 매장 내 식사만 가능합니다. 이것도 이 집만의 원칙이죠.
벽에 붙은 연예인 사인들을 보면 이 집의 역사가 느껴집니다. 유명 스키 선수들과 연예인들도 오래전부터 이곳을 찾았다고 합니다. 평일에 운이 좋으면 스키 타러 온 연예인을 마주칠 수도 있다는데, 주말보다는 평일에 그런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국내 스키 인구는 약 13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상당수가 강원도 스키장을 이용합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스키어와 보더들 사이에서 이 집은 일종의 성지 같은 곳입니다. 시즌이 시작되면 한 번쯤은 들르는 곳이고, 오래된 단골들은 매년 이곳을 찾습니다. 제가 갔을 때도 옆 테이블에서 "작년에도 여기 왔었는데" 하는 대화가 들렸습니다. 그런 단골들의 충성도가 이 집의 진짜 실력을 증명한다고 봅니다.
정리하면, 대관령에서 제대로 된 한 끼를 원한다면 이곳을 추천합니다. 특히 하루 종일 추운 날씨에 스키나 보드를 타고 온 몸이 얼어붙은 상태라면, 이곳의 오삼불고기와 된장찌개가 몸과 마음을 녹여줄 겁니다. 다음번엔 꼭 배추가 직접 재배한 건지, 된장은 집에서 담근 건지 물어봐야겠습니다. 그게 궁금해서라도 다시 가고 싶은 집입니다.